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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평] 콜드 체이싱(Cold Pursuit, 2019) 후기

생각매니아 2019. 2. 14. 02:55

2019년 2월 20일 개봉 영화 콜드 체이징(Cold Pursuit) 감상평입니다. 


리암 니슨은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있는 유명 액션 배우입니다. 영국 출신인 이 배우는 영화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딸을 찾기 위해 지옥까지라도 쫓아갈 아버지'로 열연한 영화 <테이큰>으로 기억하곤 합니다. <테이큰>은 2008, 2012, 2015년에 각 1, 2, 3으로 개봉한 시리즈물인데, 다른 말로 하면 꽤나 많은 사람들이 관람한 영화라는 의미가 됩니다. 이렇게 나름대로 여러 액션 영화로 유명한 리암 니슨, 그 이름만 보고 심지어 그 흔한 예고편도 보지 않고 선택한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오늘 하루, 아니 올 2019년 새해를 맞이해 지금까지 했던 선택 중 최악의 선택으로 남게 됩니다..



리암 니슨이라는 이름만 보고 선택했다는 데에서 리암 니슨의 엄청난 팬인가 하는 의문이 (스스로에게도) 들 수 있지만, 심지어 억울하게도 딱히 리암 니슨의 팬인것도 아닙니다. 그냥 이름 있는 배우의 영화라는 것에, 그리고 요즘 개봉한 영화는 거의 다 봐서 볼만한 영화가 없었던 타이밍에, 딱 얻어 걸렸던 것이 이 영화였을 뿐입니다. 그렇게 가볍게 한 선택이 하루의 기분을 망쳐버릴 줄이야.. 영화를 너무 악평하는 듯 해서 먼저 "순수한 개인의 의견이고 개인 블로그에 기록으로 남기는 감상평이다"라는 것을 확실히 하고 싶습니다.


배급사 측에서 이 영화를 어떤 장르로 소개할지 모르겠으나,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다 보고 나오면서 이 영화는 '누아르' 장르라고 단정짓게 되었습니다. 누아르의 뜻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데도, 이건 누아르다 싶은 느낌이랄까요.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누아르(noir)는 '검은'이라는 의미를 지닌 프랑스어로, '필름 누아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에 소개된 할리우드 영화들 중에서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B급 영화이자 어두운 분위기의 범죄, 스릴러물을 지칭하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1940~50년대 할리우드 영화 중에서 범죄와 폭력을 다룬 영화들에 대해 프랑스의 까이에 드 시네마의 비평가들이 붙인 이름에서 시작된 필름 누아르는 음산한 톤과 어둡고 우울한 느낌의 영상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누아르의 의미라면, 이 영화는 누아르가 맞습니다.. 위에 보이는 잠깐의 장면 사진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영화의 전반적으로 화면은 결코 밝지 않고 그 화면보다도 내용은 더욱더 밝지 않습니다. 


스포일링을 피하기 위해 간략하게 배급사에서 오픈한 설명만 나열해보자면, 평범한 제설차 운전수이자 올해의 모범시민인 '넬스 콕스맨'이 아들을 잃으면서 마약 조직 보스 '바이킹'을 향해 복수를 하는 내용이 내용 요약입니다. 이렇게 한줄 요약을 들으면 영화 <테이큰>이 생각나면서 자녀를 향한 부성애를 모티브로 한 단순 복수 액션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고 나와서야 영화의 시놉시스를 검색한 후 느꼈던 첫 감정은 '황당함'이었습니다. 내용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 내용으로는 이 영화 전반에 깔려있는 누아르적인 어두움과 우울함, 엽기성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테이큰> 혹은 그 비슷한 영화들처럼 CIA와 FBI가 동원된 하이테크적인 범죄추적 기법이라던가 샤프하고 과감한 상황판단능력이라던가 날렵한 액션 등은 전혀 (혹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영화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수준에서 봤을 때는 범죄 액션물의 큰 흐름인 범죄자의 처단 혹은 권선징악적 일관성도 없고,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의 죽음에 관련된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내어 투박하게 그렇지만 분노를 담아 뚜벅뚜벅 찾아가고, 퍽 치거나 빵 쏘는 것으로 끝나버리는 하나 하나의 장면들은 잔인하지만 허무합니다.


스포일링을 하면 안될 듯 하나 다른 누군가가 이 영화를 보고 하루 종일 찝찝함과 불편한 감정을 달고 지내는 불상사는 어떻게든 막고 싶어서,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킹스맨1은 재밌었지만 킹스맨2는 다소 엽기적이어서 불편했다' 라는 생각을 했던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보지 않기를 추천합니다. 


추가로 덧붙이자면, 아들을 잃은 슬픔을 매개로 모범 시민과 마피아 아버지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장면이라던가, 복수를 위해 납치한 적의 아들과 유대감이 형성되는 스톡홀름 증후군의 느닷없는 발현이라던가 하는 이음새가 매끄럽지 않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전개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만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